• 2022. 1. 12.

    by. HappyDi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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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이 나의 삶의 새로운 챕터로 들어서는 길이라 생각했다. 모든 상황이 완벽했고,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환경이 참 좋은 것들이었다.

    전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밀듯이 밀려오는 공허함과 허함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내가 왜 이럴까, 내마음이 왜 이럴까. 도대체 이유라도 알면 좋겠는데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 시간들이 반복했다.

    무기력이 생겨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것들을 전부 해보아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명상도 해보고 운동도 해보고 건강하게 먹고 매일 아침 해뜨는 걸 보고 바다소리를 듣고 호오포뇨포뇨 명상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듣고 갖은 노력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내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마음공부와 불교, 영적수행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가두어 놓은 나의 부정적이고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을 계속 마주했다. 괴로웠고 두려웠고 무서웠고 불안했다.

    매일 같이 울고 또 울었다. 그러다 한번은 일기를 썼다. 걱정말자고. 언제나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줄 내가 있고, 너가 어떤 모습이던 게으르던 나태하던 쓸모없던 별볼일 없던 간에 나는 나를 사랑할거고 지켜줄거라고.

    설명할 수 없는 든든한 감정이었다. 나는 절대로 잘못될 일이 없었다. 그래, 나는 절대로 잘못될 일이 없어.
    삶이 나를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데려가던 나는 항상 나를 믿고 앞으로 전진할거야.

    "생각보다 널 아끼는 사람이 많아" 내가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내곁에 있어주던 소중한 사람들을 깨닫게 되었다. 난 절대로 혼자가 아니었고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세상을 잘 살아내고 있었구나 하는 든든함이었다.

    나에게 다시 와서 일해주지 않겠냐고 물어봐주던 상사에게 그렇게 심적으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던 그 시간들이 무색할 만큼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자신이 없다는 나에게 그저 몸만 오면 된다고 부담 갖지 말라 해주던 그가 참 고마웠다.

    어쩌면 내게 필요했던 건 남부럽지 않은 완벽한 환경이라기 보다 어렵고 힘이 들어도 함께 헤쳐나가고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필요했구나.

    만약 과거의 나라면 지금 이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다. 삶은 딱 그에 맞게 주어지는 시기라는 게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공부도 시기가 있다고 줄곧 내게 말씀해주시던 엄마의 말처럼, 그가 내게 해준 제안은 딱 지금 내게 필요한 제안이자 감사한 제안이었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한들 상황이 나아지고 더 행복하고 즐거우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좋은거, 더 편안한 것을 찾아다녀봤자 별거 없다는 사실을 배운 지금으로서는 그냥 주어지는 삶에 감사하기로 했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와서 참 감사했고, 내가 한껏 깨닫고 삶에 감사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감사했고, 내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를 관찰하기 시작한 지금은 그 누구보다 성숙한 삶의 자세를 얻었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세상을 떠날 때쯤 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없었으면 좋겠다. 집착하고 욕심내는 삶으로 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래본다.

    언제나 중도있는 여여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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