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6. 15.

    by. HappyDi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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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언니들과 이야기 하다 하는 말이, 한국에 여행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외국까지 와서 한국 것을 왜 찾냐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에서 한국의 것을 보고 즐기는 것 만큼 신선한 경험은 없다. 

    필리핀에서 너의 결혼식이 개봉했다. 한동안 한국은 어떤 뜨거운 이슈가 있는지, 어떤 것에 어떤 반응들이 주로 있는지를 대체적으로 모르고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미디어를 접할 때 더 온전히 나의 생각을 가지고 평가가 가능한 것 같다. 너의 결혼식이 한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연애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판타지 같았다. 한 여자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는 게 가능한지, 공부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는 남자가 단번에 그렇게 명문대에 입학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그렇게 간단할 수 있는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좋았던 건 영화 속 한국 문화였다. 항상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니 누가 네게 묻는다면 나는 조선시대를 언급했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한국적인지 잘 몰랐었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등학교 풍경, 교복, 땡땡이, 야자, 방송반, 대학입시 준비, 수능, 재수 등등 내가 겪었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이 한국적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자취방을 구하고, 함께 하숙을 하며, 군대에 가고 ROTC에 간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며 소소하지만 작은 것들이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었지만 여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땐 꽤나 생소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감회가 남달랐다. 특히 버스를 탈  "환승입니다"를 매일 듣는데 어떻게 너를 잊냐라는 대목은 과연 어떻게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나도 얼른 영어를 꽤나 익숙하게 만들어서 마블 오역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막을 보는 것보다 그 나라 언어를 온전히 내 느낌으로 느끼고 받아들였을 때 그 감동이 더 크다는 걸 이미 중국어로 한 번 느껴봤으니,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심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 이 영화가 '연애의 온도' 같았다 라는 말을 했는데, 설렘과 사귐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환승희가 헤어짐을 결심했던 순간, "나는 너의 말을 못잊는게 아니라 너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못 잊는 것" . 감정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한 번 크게 상처될 말을 들으면 나였어도 같은 이유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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