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6. 17.

    by. HappyDi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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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하지 않을 권리 

    저자 엘리 출판 카시오페아

    발매 2019.01.09.

     

     

    * 어둠 속으로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이 얘기를 아침 일기장에 몇 번이나 적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할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책임의 화살을 본인에게 겨누는 것. 자기 자신이라는 과녁은 어찌나 조준하기 수월하던지.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겨냥하기 위해선 자기 확신이 먼저 바로 세워져야 한다. 그래야 떨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정확히 활시위를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부정만 학습해온 이들에겐 분명 어려운 일이다.

     

    자기 겨냥이 제일 쉬웠던 사람이 바로 나다. 남들이 하면 쉽게 용서되는 일들이 자신이 하면 그렇게 한심하고 바보같은지 모른다.

     


    자존감이 낮은 내 친구와 내가 공감한 것은 남들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자신이 똑같은 행동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너무나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게 왜 이렇게 쉬운지, 여태껏 이런 태도로 자신을 몇 번이나 상처입히고 죽인 건지.

     

     

     

     

     

     

     

    * 오랫동안 나는 진정한 삶이 곧 시작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장애물과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과 바쳐야 할 시간들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그런 다음에야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마침내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장애물들이 바로 내 삶이엇다는 것을.

    - 알프레드 디 수자


    언제나 이렇게 생각했다. 견디면, 이겨내면, 버텨내면 그 이후엔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이 시작되겠지. 라푼젤의 'when will my life begin'의 가사를 곱씹으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미래보다 현재를 사는 사람이 되었다.

     

     

     

     

     

     

    * 나와 해야 할 일들

    혼밥은 질색하던 내가 홀로 장을 봐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아보카도를 으깨는 일. 알맞은 온도로 구워진 토스트 위에 버터를 바르는 일, 주방 가득 퍼지는 커피를 내리는 일…. 날씨에 따라 기호에 적합한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토스트 한입 베어 물기.

    비가 내리는 아침엔 자욱하게 물안개가 내려앉은 지평선에 잠긴 작은 집들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오전엔 막 버터를 녹여 바른 빵과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커피는 아주 뜨거운 롱 블랙이어야 한다.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한참을 후후 불어 식혀 마셔야 하는 정도의 온도여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는 것들, 분위기 와 빵 그리고 뜨거운 롱 블랙.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생활들은 무엇일까, 작가의 글을 읽으면 혼자서 정말 행복한 나의 소소한 일상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들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 나와 하지 않을 일들

    각종 이미지들로 점철되어 있는 SNS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 몸 뿐 아니라 일상에서 스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외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현미경 앞에서 동식물을 해체하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조목조목 남을 평가하던 시선과 의식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에너지 소모적인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여성의 이미지와 그리고 sns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나도 누군가의 외모를 평가하는 나쁜 습관을 자연스럽게 조금씩 버릴 수 있었다. 평가라기 보단 그저 습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 무엇을 입었나, 마스카라를 했네, 아이라인을 길게 그렸네, 쉐도우를 무슨 색을 썼네, 블러셔는 뭐구나 등 내가 내 외모를 조목조목 뜯어보고 꾸몄던 그만큼 타인의 외모에서도 그런 게 보였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엄청나게 자신을 치장한 친구를 만나면 이 친구가 나의 외모를 평가하겠구나 싶었고 심지어 대화를 하다 보면, 꼭 그런 외모 칭찬이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해 한 번씩 언급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 무죄 선고

    이 사회가 나에게 원하고 바랐던 모습이 아닌, 스스로 편안하게 느끼는 내 모습을 찾기 위해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던 시간들. 내 안의 그녀가 생각을 묻고,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존중해줬던 때.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무 조건 없이도 평상시 모습 그대로 내 인생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완벽하게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외관과 캐릭터를 갖추지 않고도 나의 '진짜' 인생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삶은 분명 외롭고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불편함과 억울함에 대해 입을 닫는다면 남들이 보기에 평화로운 연애, 안정된 결혼 생활, 웃음만 가득한 인간관계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침묵은 누군가에겐 평화나 마찬가지이니까. 투쟁과 다툼, 치열한 자기 성찰이 부재한 삶은 오히려 세상의 눈엔 행복하고 안전해 보일 테니까.

     

    나는 사랑받는 삶 대신 나의 삶을 택하기로 결정 내렸다. 의존적인 행복 대신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삶을 택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내 인생 그리고 타인 인생의 배심원도, 피고인도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소수 인권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소수에 포함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생각했던 예전의 내가 참 가소롭게 느껴졌다. 나는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비주류'로 , 평범한 삶을 이렇게 힘든 일인지. 지금도 그냥 없이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더 크게 내주시는 분들 께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용기가 아직은 없으니. 그래도 계속해서 치열하게 고민해보고 싶다. 어떻게 , 내가 어떤 사람인지. 20대에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했던 훗날 나의 30대, 40대를 더 단단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위험의 가능성만큼 새로운 기회도 함께 얻었음을 알고 있다. 멀고 먼 길, 우연히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동료들을 만나고, 가는 길마다 전에는 미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들을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모두 모를 일이다. 또 다시 모험의 첫 페이지다. 새로운 챕터, 새로운 시즌이다. 확실한 것은, 이제 손에 쥐고 있는 운전대로 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더 이상 누군가 정해준 길 위에서 남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랑받는 삶보다 나를 선택하면서 자유를 얻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배움에 대한 아니라 부모님께 딸이 되고 ,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었던 이유도 주변 사람들과 부모님들께 멋진 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서가 더 컸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세상이 것을 보고 느꼈다. 그 나는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20년 후의 나를 생각했을 때, 나는 결혼을 했을 것이고, 엄마가 되어 있겠지. 경력단절로 다시 직장에 돌아가진 못하니 경력단절 여성이 할 수 있는 일과 직업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내 미래를 버렸다. 어떤 인생이든 불안하지 않은 삶은 없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보기엔 내 삶이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경험과 나만의 인생이 생겼고, 앞으로의 내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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